경영환경의 가장 큰 이슈 두 가지는 코로나19의 극복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82%의 한국기업은 자사의 사업 영역과 4차 산업혁명 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15.7%에 불과하다. 이들 중 52.4%의 대기업과 44.1%의 중소기업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보가 부족하여 4차 산업혁명을 미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조직의 핵심역량을 재설정하고, 현장에서의 교육훈련을 강화하며,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직무에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전개하고 있는 미래산업에 대비한 인사관리 및 인재육성 시스템을 통해 우리 기업의 미래산업 대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부각되는 HR전략의 중요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적자원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으로 떠올랐고, 현재 많은 기업이 인적자원관리 및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사라지며 정교한 손기술을 갖추거나,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거나, 인간이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만이 생존한다. 따라서 미래 산업의 인재는 호기심, 융통성, 공감능력, 주인의식 등 기계가 대처할 수 없는 풍부한 인간만의 감수성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
또한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직무역량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의미부여 역량,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데이터 기반의 사고 역량, 가상 협동 역량, 과제 설계 역량 등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며, 다양한 상황에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직무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다.
현재 한국의 전체 근로자 중 1년 이상 직업능력훈련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OECD 평균보다 약 6.1% 더 많으며, 최소 3년 이상 직업능력훈련을 받아야 미래에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근로자의 비중도 OECD 평균보다 약 2.3% 더 많다. 이러한 통계는 한국 기업과 직원들이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산업에 대한 준비를 미진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사례를 통해 미래 산업을 대비하는 방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2. 도요타의 미래차 인재 육성 시스템
1) 도요타의 미래차 산업 성공 요인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질주하는 가운데, 일본 도요타도 이 흐름에 동참하며 굵직한 발표를 쏟아내고 있다. 도요타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브랜드 첫 전기차 bz4X를 공개했고, 미국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의 자율주행 사업 부문을 5억5000만달러(약 61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이어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 8억300만달러(약 8900억원)를 투자해 기존 생산 설비를 전기차 SUV 생산 설비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여 년간 하이브리드차만 고집하며 미래차 전환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던 도요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리프트의 자율주행 원천 기술력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운영 경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며 “도요타의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는 이번 인수를 통해 인재도 다수 확보했다. 리프트의 연구·개발 인력 300명의 고용을 승계하면서 자율주행 알고리즘개발 인력이 1,500명을 넘어섰다. 도요타는 신입 공채 때도 기술직 절반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채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미래 차 영역을 ‘CASE’로 부른다. 커넥티드카(Connected), 자율주행차(Autonomous), 차량 공유(Sharing), 전동화 차량(Electrified)의 앞글자를 각각 따온 것이다. 전기차 출시와 공장 생산 설비 교체가 E의 영역이라면, 리프트 사업 부문 인수는 A에 해당한다. 도요타는 C·S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육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이하쓰·스즈키·스바루·마쓰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커넥티드카에 필요한 통신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고 그 분야의 석∙박사급 인력 양성 및 독자적인 전문 교육체계도 구축하였다. 커넥티드카는 인터넷에 상시 연결된 차량을 뜻한다. 통신기 표준을 도요타가 만들면 나머지 4개 회사가 동일한 제품을 탑재하는 형태다.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고 시스템 운영도 편리해진다.
도요타는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와 차량 공유 영역인 로보택시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고, 후지산 인근에 자율주행·사물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신도시 ‘우븐시티’도 착공하고 R&D 인력을 대거 전환배치했다. 도요타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전기차가 본격화되는 것을 보고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어 3~4년에 걸쳐 준비해왔던 미래 전략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도요타가 모든 영역에서 동시다발적 투자를 퍼붓는 건 업계 트렌드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이 가능한 것은 압도적인 도요타의 기술∙인력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약 46조원으로 현대차·기아(약 20조원)보다 배 이상 많다. 연간 영업이익도 약 25조원으로 자동차 업계 통틀어 가장 돈을 많이 번다. 2020년 도요타는 연구·개발 투자에 12조원을 썼다. 알파벳(구글 모회사)·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등에 이어 세계 12위였다. 이처럼 도요타가 지난 60년 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차 산업에 선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만이 가진 현장 중심의 인재육성 체계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를 키우겠다는 도요타의 인재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2) 도요타의 미래산업 인재 육성 방안
다양한 고용 형태에 대응 : 도요타에서는 급격한 자동차 시장의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응해 생산 최대점에 맞춰 각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정규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신기술 보유자나 SW전문가, 최고 전문가를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기능의 전수나 동기 향상에도 한계가 있어, 일의 표준화나 눈으로 보는 관리를 더욱 확대하는 등 다양한 현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최적의 작업 환경 만들기 :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여성의 채용과 고숙련자 활용 방안의 하나로 여성 전문가를 고려한 라인 만들기를 실행하고 있다. 그 대책의 하나로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거나 옮기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조립 라인과 작업의 개선 방법을 바꾸고 있다. 고숙련자에 대해서는 라인의 자동화를 진행하는 반면, 기계의 유지점검에 관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작업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공장 내를 밝게 한 것도 여성과 고숙련자 대책을 겸하여 쾌적한 근무지 환경 만들기의 일환이다.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 : 도요타는 노동력의 확보와 최신 기술 수준의 유지를 위한 대처 방안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노동력의 확보에 관해서는, 60세 이후 최고 만 65세까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재고용하는 형태로 지속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회사는 같은 직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기능의 전수를 위해서 후배의 육성을 중시하고, 암묵지를 형식지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 이어지게 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것은 일상적으로 선배가 후배를 육성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의 기술 전수에도 별로 무리가 없다.
도전 정신의 존중: 개발, 생산의 분야만이 아니라 물류․판매 등 모든 분야에서 이제까지의 방식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러한 도전과 창조의 정신은 창시자인 도요타 사키치로부터 비롯된다. 사키치는 “나의 삶은 실패의 연속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새로운 것은 하지 않으면 성공하는 것이든 실패하는 것이든 알 수 없고, 실패할 확률이 더 높기에 도요타에서는 이제까지의 방식으로 무난하게 일을 하는 사원보다,
도전하는 사원을 높이 평가하여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또한 도요타의 사업도 각 분야의 업무가 전문화, 고도화되어 다양한 근무지에서 다양한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구성원 스스로가 능력이나 적성을 찾아내서 자기 스스로의 스킬 업 계획을 작성하고, 자기를 돌아보며 보고하는 ‘도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사원으로 적당히 몸을 사리며 회사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무 업무나 다른 움직임을 희망하며, 스킬 형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전 문화는 도요타가 미래차 산업에서도 글로벌 톱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도요타의 3가지 직원 능력 개발 : 도요타에서는 사원의 능력 개발에 도전하여, 3단계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첫째, 업무 이행의 단계로 상사나 선배에게 배우는 OJT이며, 높은 레벨을 목표로 한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둘째, 인재 개발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Off-JT, 더 정밀하게 계층별 교육이나 도요타 독자의 교육, 회사에서 밀착하여 실천적으로 교육을 한다. 셋째, 자주적인 활동에 따른 것으로 QC서클 활동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제안 제출 활동, 사내 각종 단체에 따른 인간관계 활동, 도요타 관리 연구회, 도요타 기술회 등의 활동을 한다. 도요타의 사원은 이런 3가지의 단계를 활용하여 반드시 도전하고, 동기 부여와 능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는다.
3. 글로벌 기업의 미래산업 HR 지원 전략
1) 폭스바겐의 미래 교육훈련 시스템
독일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기업과 노조가 정부의 활동에 참여하는 ‘인더스트리 4.0 ’ 정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우선 독일 정부가 규정한 역량표준과 폭스바겐의 가치관을 결합하여 폭스바겐만의 핵심역량을 설정하였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IT에 기반을 둔 시스템의 이해 및 처리, 문제해결전략, 팀워크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하다고 설정했다.
폭스바겐은 약 20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래산업에 대비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교육훈련과정은 IT 기초 지식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직무에 따라 특화된 역량 교육훈련으로 구성된다. 교육 담당자들은 교육훈련 프로그램 실시 전 역량표준과 직원의 역량을 비교한 후 그 차이에 따라 교육훈련과정을 조정한다. 이후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 다음 교육훈련생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교육훈련생의 역량 평가와 교육훈련 프로그램 평가를 통해 교육훈련의 투자자본수익률을 계산한다.
폭스바겐은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10~15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 담긴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했으며, 대면교육을 실행할 때는 업무 현장에서 교육을 실시하여 교육훈련 효과를 제고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폭스바겐은 전직원을 미래산업의 전사로 육성하고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역량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 지멘스의 미래 인재개발 전략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복합기업 지멘스는 최근 직원들의 IT 기술 활용, 시스템적 사고 등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멘스는 미래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여 25개의 핵심 디지털화 역량을 도출했다. 이후 25개의 역량을 활용한 다른 기업의 사례를 분석하여 분석 결과를 자사의 교육훈련 방법, 교육훈련 도구, 교육훈련 매체에 반영했다.
지멘스는 효과적인 교육훈련에 A.I. 강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멘스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전 업무능력이 우수한 A.I 관련 직원들을 선정하여 이들의 교수역량을 개발한다. 이를 통해 매년 12,500명의 직원들은 원활한 A.I. 교육훈련을 이수하고 있다. 이로써 지멘스는 전직원의 A.I. 역량은 물론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의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3) 아마존의 직원 재교육 및 인력재배치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혁신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의 기업이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서려면 고객에 집착하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아마존은 고객 중심 사고와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는 역량을 직원들에게 요구한다.
아마존은 2019년부터 미국 내 30만 명 직원 중 단순 업무 종사자 10만 명에게 7억 달러를 투자하여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창고 물류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학습하며, 이미 학부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배운 엔지니어들은 사내 대학에서 대학원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학습한다.
재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직원들은 주로 생산 현장 기계의 소프트웨어 관리 업무, 인터넷 쇼핑 서비스 개발 및 운영 업무, 고객 서비스 대응 업무, 클라우드·IT 기기 등 사업 확장 업무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4.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과 향후 과제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으며 AI, 키오스크 등 일부 미래 산업 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방관하지 말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기업은 조직의 핵심 역량을 재설정해야 한다.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표준 역량을 탐색한 후, 그것을 조직이 중요시하는 가치와 결합하여 기업만의 4차 산업혁명 대비 역량을 창조해야 한다. 이러한 핵심 역량은 미래에 진행할 사업의 방향을 잡아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역량 재설정은 불가피하다.
둘째, 대규모의 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미래 산업에 필요한 감수성이나 직무역량은 저절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역량들은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개발하는 것이다. 기업은 기초 IT 기술 및 미래 역량 교육훈련을 진행한 후, 직원들이 그 지식을 응용할 수 있는 교육훈련도 설계해야 한다. 또한 사내 강사 양성 및 온라인 학습 매체 개발을 통해 효과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셋째,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최고관리자들과 중간관리자들은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업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노조는 대립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빠른 속도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서로 간의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을 대비하는 혁신이 기업, 직원, 노조의 상생을 실현할 수 있다.
* 출처 : 월간 인재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