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의 일본과 한국
2021년 현재, 총인구에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인구비율, 즉 고령화율은 일본이 28.4%로 한국의 15.8%를 크게 앞지른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른 관계로 2060년경이면 한국(48%)과 일본(38%)은 역전될 전망이다. 이대로 방관한다면, 한국은 국가 존립 그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의 배경
일본은 총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가 진전되어 온 관계로 생산가능인구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잠재경제성장률에 필요한 노동력마저 국내 노동시장에서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서 외국인노동자를 수입하고 있지만, 일손 부족의 근원적 해결책은 못 되는 상황이다.
최근 COVID-19의 영향으로 노동수급 핍박 현상이 완화된 듯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일손 부족은 이전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므로, 기업 측의 자발적인 정년폐지나 연장, 재고용이나 고용연장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의 고령자 일자리 창출이 주로 세금 방출에 의존한 일시적이며 단시간 취로성격이 강한 공공근로가 대부분이다. 통계 수치로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고령자 취업률이 높게 나타나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뒤처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 본고에서는 일본의 고령자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그 현상과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반면교사로서의 일본의 고령자고용정책
일본에서는 고령자고용관련법령으로서 「고연령자 등의 고용의 안정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8호)을 1971년에 제정하였다. 인구구조나 경제사회 등 환경변화에 따라 거듭 개정되어 왔지만, 추세는 고용연령 연장과 질적 수준 개선에 중점을 두어 왔다. 이는 총인구 감소가 본격화된 지난 10여년 동안 더욱 강화되었다.
정년제도의 변천을 보면, 1920년대 후반에 「55세 정년」이 시작되었다. 당시 남자 평균수명이 58세였음을 감안하면 결코 짧은 정년연령은 아니다. 그 후 1980년대에 들어와 「60세 정년」의 ‘노력의무화’를 규정하였다. 이 무렵부터 저출산·고령화가 진전됨으로써 후속 조치가 거듭되었다. 1990년의 「정년후 재고용 의무화」, 1998년의 「60세 정년」, 2000년의 「65세까지의 고용확보조치」(노력의무화), 그리고 2006년의 「65세까지의 고용확보조치」(의무화)가 법제화되었다. 고용주는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65세 설정」, 「정년제 폐지」의 3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게 되었다. 대다수 기업은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선택하였다.
정부로서는 고령자의 정년연장과 더불어 제정상태가 악화된 연금제도의 수급연령을 인상하는 조치를 병행하였다.
2013년에는 기업에 대해, 정년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는 전원 65세까지 계속 고용하도록 의무화하였다. 물론, 기업경영에 미칠 일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2025년 3월 말까지 단계적 실시의 경과조치를 두었다. 현행 제도는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제9조에 명시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고령자가 연금수급개시연령에 도달하기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과 더불어 구체적인 제도로서 「재고용제도」와 「근무연장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전자는 65세 정년에 일단 퇴직처리를 한 후에 다시 고용되는 형태이며, 후자는 그대로 계속 근무하는 형태이다.
2021년 4월에는 65세까지의 고용확보(의무화)에 더해 65세부터 70세까지의 취업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 노력의무를 신설하였다. 즉 ①70세까지의 정년연장, ②정년제 폐지, ③70세까지의 계속고용제도(재고용제도나 고용연장제도)의 도입, ④70세까지 계속적 업무위탁계약 체결제도 도입, ⑤70세까지 계속적으로 다음 사업에 종사할 수 있는 제도 도입(ⓐ사업주가 스스로 실시하는 사회공헌사업, 또는 ⓑ사업주가 위탁, 출자하는 단체가 실행하는 사회공헌사업) 중 어느 하나의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였다.
이상과 같이 일본의 고령자고용제도는 평균수명의 연장과 노동인구의 감소, 연금재정구조의 악화와 맞물려서 재개정을 거듭해오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일본의 뒤를 밟아가는 한국 입장에서는, 반일정신과 죽창가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성공사례는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패사례는 그 원인을 살펴서 그 길을 걷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활로가 그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고령자 고용의 현상과 전망
일본의 경우, 종업원 수 31명 이상의 규모기업에서 일하는 60세 이상 상용노동자수를 보면, 2013년의 272만명에서 2020년의 409만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연령별 구성비는, 2020년의 경우, 60~64세가 54.8%, 65~69세가 28.7%, 70세 이상이 16.5%이다. 2013년과 비교하면, 70세 이상의 비중이 6.6%에서 16.5%로 크게 증가한 점이 특징이다.
후생노동성의 「2020년 고령자고용현황」(2020.6.1)에 의하면 65세까지 고령자고용확보조치를 마련해 둔 기업은 99.9%이다. 아베노믹스가 스타트한 2013년의 92.3%에 비하여 7년 동안에 7.6% 상승하였다. 고용확보조치의 내역을 보면, 「정년제폐지」(2.7%), 「정년연 HR STUDY장」(20.9%), 「계속고용제도도입」(76.4%)로 나타났다. 이 모든 수치는 전년보다 상승하였으며, 규모별로는 일손부족이 심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65세 정년기업은 18.4%에 불과하며, 66세 이상 계속고용제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33.4%, 70세 이상의 계속고용제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1.5%로 각각 집계되었다. 65세 이상의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기업 중에 74.5%는 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하고 있으며, 일정의 재고용 제한기준을 둔 기업은 25.5%로 소수였다. 전자의 경우는 일손이 부족한 지방 소재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널리 나타난 현상이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의 조사(2019.12)에 의하면, 60세 이후의 고령근로자의 만족도는 「일하는 방식」에서는 70%가 만족을 나타냈으나, 「임금」에 대해서는 44%의 만족에 그쳤다. 정부가 추진 중인 70세 이상 고용기회 확보시책에 대해서는 71%가 찬성, 29%가 반대를 표명하였다. 정년 이후의 근로 이유로는 첫째가 “생활소득을 벌기 위해서”, 둘째가 “일을 통한 건강유지를 위해서”로 답하였다.
고령자 고용 확대를 위한 노사정의 역할과 책임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노사 간 대화와 협조가 절실할 것이다. 정년연장이나 재고용제도의 도입에 앞서, 노사는 고령자에 적합한 유연하고도 다양한 형태의 인사제도를 별도로 설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직무 내용이나 범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근무시간이나 보수형태 등에 대해 개인별로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인사관리방식도 적극 검토할 가치가 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아니라 동일가치·동일보수로 인식을 전환하여야 한다. 한국의 경우,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고 재정상태 또한 취약한 점을 고려할 때, 고령종업원에게 겸업과 겸직을 과감히 허용하여 그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소득에 대한 기대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강구하여야 한다.
정부로서는, 기업이 고령자를 위한 추가적 일자리 만들기와 고용유지를 위한 국내사업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인프라 정비지원, 기업의 니즈에 부합하는 고령자의 직업능력개발 공적체제의 충실화, 고령자고용촉진을 위한 재정적 측면의 인센티브 확충, 취로가 곤란한 고령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정비 등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의 정년연장, 평가제도를 비롯한 고용관리제도정비, 무기고용으로의 전환 등을 추진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조성금을 지원하고 있다.
* 출처 : 월간 인재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