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서 애자일 평가와 OKR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욱 높아진 듯하다. 이는 '애자일'이라는 어감이, 코로나 시대에 보편화된 ‘원격/실시간/공간제약 극복/유연함’과 그 뉘앙스가 비슷하게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변화된 환경에서 적정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평가방식이라면 어떤 기업인들 도입 검토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애자일 평가와 OKR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도입 또는 접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예전에 BSC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다 결국 조직 적합성 차원에서 보류한 적 있었는데, 애자일 평가에 대해서도 그런 기시감(데자뷔)를 가지고 있어, 보다 현실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고, ‘우리 여건에 맞는 방법’으로 최적화된 방향에서 도입을 고려해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요즘 애자일 평가 방식에 대해 우리가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야 할 전제 조건과 유의할 사항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OKR은 ‘세트플레이(세트피스)’
OKR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엔디그로브는 OKR을 도입하는 시점에서, 피터 드러커의 MBO를 보다 잘, 제대로 구현하기 위하여 현재의 여건에 맞는 OKR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초기 그가 OKR을 i-MBO라고 부른 것만 봐도, MBO의 바탕을 계승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많은 컨설턴트들은 마치 MBO는 구시대의 유물이며, 팀워크를 저해하고 상황 대응적이지 못하며, 조직전략이나 바람직한 동기부여 방향과 완전히 유리되어 있어,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OKR이 대두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MBO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쓴다면, 고착화된 지표 하나로 하나 마나 한 성과관리가 되기 쉽다는 점은 인정되는 부분이다. 사실, 이는 MBO를 Management by Objectives 방식으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OM(Objectives Management)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림1]
MBO가 성과를 향상하기 위하여 본질적인 Objective와 연동되는 변인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며, 자율(스스로)통제를 통해 다양한 전략적 방법들의 유효성을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딱딱하고 근시대적 방식만으로 이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MBO는 축구로 말하면 포지션을 다변화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토털사커"로 대변될 수 있겠다.
이에 비해 OKR의 경우는 단기적으로 확실한 패턴을 가지고 성과를 이루어내는, 축구의 "세트플레이(세트피스)"에 비견될 만하다. 즉, 대체로 3개월의 단기간 내에 목표(Objective)의 달성을 가져올 핵심적인 변인의 성과(Key Result) 3개를, 여러 조직과 사람들이 세트플레이를 통해서 이루어내는 것이다. 조직의 협력과 한 방향(골문) 바라보기, 사전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변인을 공략해 성과를 내는 방식인 것이다. 각 포지션 담당자들은 확실하게 자기가 하기로 한 타깃 역할을 수행해 내야 하는데, 각자의 세트플레이가 합을 맞춰 제대로 운용되면, 골 성공률이 상당히 올라가게 되므로 단기간 집중전략으로 매우 효과적이라 볼 수 있겠다. 다만 여기엔 단점도 존재한다. 축구를 조금이라도 알면 알겠지만, 항상 동일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번번이 세트플레이가 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OKR도 상황에 따라 수많은 변주를 그리며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그 첫 번째다.
또 간혹 상황에 맞게 OKR을 설정해도 그것이 항상 골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산이 아닌가?', '저 산이 맞나?'와 같이, 어떤 산(방향, KR)으로 올라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전체 인과를 파악하지 않으면 각자가 성과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명확하게 갖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는, 팔다리가 약속에 따라 정해진 대로 움직여 한 지점으로 뛰어가는 것처럼 작동해야 하는데, 도중에 벽이나 돌 등이 있으면 그 상황에 맞게 팔다리를 움직이고, 몸통을 틀어 피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라면 약속된 플레이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상황에 맞춰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손쉽게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방법이기 때문에 OKR은 강력하다. 사실 엔디 그로브의 얘기 속에 이런 맥락이 이미 있었다고 생각된다. 즉, 토털사커로 바로 가기 어렵기 때문에 세트플레이(세트피스)가 필요하고, 단타로 여러 케이스를 접함으로써 보다 어려운 MBO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피터 드러커가 얘기한 MBO(실제로는 MBOSC = Management. by Objectives & Self Control)는 자율을 통한 창의가 무엇보다도 높게 요구된다고 하는데, 이는 ‘토털사커’로 보자면 창의적인 플레이, 환경에 적합하게 생각할 수 있는 최적 플레이를 의미한다. 즉, Objective의 주인이 되어,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보고, 거기에 맞는 수많은 변인을 스스로 통제, 관리하여 전략의 유효성을 찾음으로써 성과의 키를 관리하고 향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림2]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MBO와 OKR은 묘하게 닮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MBO의 그 의미와는 다르게, 현대의 기업 내부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자율과 창의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기 어렵고, 전체 최적화 차원에서 성과관리를 수행하는 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말하자면, 사장 혼자서는 주인이 되어, MBO를 최적으로 행할 수 있지만, 복잡한 정보와 서로 다른 역할/권한을 맡고 있는 담당자들은 각자가 가진 역량(능력과 insight)이 이런 외부변수를 따라잡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결국은 현대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각각의 자리에서 메시나 호날두와 같은 직무전문가가 토털사커를 하는 것처럼 주체적으로 상황을 인식해 변인을 통제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데, 조직에 이런 전문가들로 포진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MBO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를 하겠지만, 이를 바로 할 수 없다면 OKR부터 시작해, 육성을 통해 메시도 만들고, 호날두도 만들어 MBO를 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토털사커가 유럽 프리미어 리그에서나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해 보라) 요약하자면, OKR은 MBO를 뛰어넘는 게 아니라 MBO로 효과적으로 가기 위해 보다 수월한 방법을 제공하는 징검다리라 할 수 있겠다.
OKR을 통해 평가의 본질적 방향에 접근
상기의 관점에서, OKR은 OKR 그 자체의 방법만을 꼭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MBO나 OKR 솔루션의 핵심과 본질을 파악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취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위를 통해 우리가 핵심적으로 가져가야 할 사항은 다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각 직무의 성과/Objective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며, 두 번째로는 해당 직무담당자가 업무에 대해 스스로 변인을 통제하고, 성과를 통제해 나갈 수 있도록-일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자율적(권한위임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일단 첫 번째로, 너무 식상하게 느껴지지만 다시 한번 우리가 하는 일들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가장 중요한 성과가 무엇이고, bjective가 무엇이어야 할지를 명확하게 하는 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귀결시킬 성과물과 일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사실, OKR이건 MBO건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정립해야 하는 것은 그 일의 결과/Output/ Accountability/ Objective를 명확하게 그리는 일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것이든 저것이든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를 거의 선행하지 않고 그냥 대충 형식과 방법만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목표를 잡기가 어렵다, 측정이 되지 않는다 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숱하게 접할 수 있다. 성과, 목표를 명확히 잡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냥 흔히들 KPI를 잡아보고 이를 성과라 부르는 것만으로는 이를 분명히 잡을 수 없다.
그것은 각 직무가 이 조직에 왜 존재하는가, 어떤 수준까지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인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림 3]을 보자. 당신이 평가담당이거나 평가팀장이라고 한다면, 당신이 성취해야 할 성과는 무엇인가? 보통은 업무분장 상에 업무리스트를 통해 이를 규명하지만,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잡아놓지 않는다. 조직 내에서 업무분석을 하고, 직무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어떤 성과까지를 책임져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평가운영 관련 업무로 보자면, 단순히 평가를 안내하거나 자료를 취합받는 것까지가 내가 책임질 성과인지, 아니면 각 현업에서 평가프로세스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 것까지가 내 역할인지 명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와 업무에 대한 입체적인(조직의 전략과 연계된) 파악과 판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순히 업무의 나열로 정리하는 게 아닌, ‘성과책임’의 형태로 직무를 정리해 놓는 게 필요하다. 즉, 본인이 종국에 성취해야 할 성과를 규명하고, 이를 자율적으로(OKR의 형태라면 팀의 약속된 플레이로) 플래닝하여 변인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향상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업무 재분류와 자기점검 시스템
오스템임플란트에서도 일이 사람에게 배분되고, 이것이 각자의 업무공간에서 자율적으로 관리되도록 OSSTEM Way라는 관리도구(구축중인 온라인시스템)를 통해 구현해 나가고자 한다. 많은 직원들이 수행하는 업무기능들이 IT시스템을 통해 Dash Board처럼 구현되고, 이 각각의 데이터들이 본인이 할 일들로 연계되어 스케줄링을 하거나 업무관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업무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각 개인이 보게 되는 업무관리시스템은 직무관리시스템과 연계하여 본인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목표에 의한 성과향상관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와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업무를 재분류 중이다.
관리자가 관리, 점검해야 하는 업무와 담당전문가가 본인이 자율적으로 창출할 성과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각 업무에 대해서는 조직에 기여하는 종합적 가치를 레벨링하여 본인의 기여도 총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정리된 업무에 대해서는 약 2~3개월간의 자체적 플래닝을 통해 일을 본인이 ‘기획’하고 자율적 시스템을 통해 자기점검, 관리자 점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아직은 실험적이며, 1차 구현된 시스템을 영업을 제외한 전 직원들이 쓰고 있기는 하지만 앞에서 말한, 진정한 ‘애자일 성과관리’, ‘애자일 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생각된다. 진정한 성과관리의 시초로 MBO를 태동시킨 피터 드러커의 개념은 여기 오스템 임플란트에서도 또 다른 변주를 진행 중이다.
* 출처 : 월간 인재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