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 열풍이 불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소위 ‘메타버스’ 주식들은 물론이고, 유명그룹은 신곡발표를 메타버스에서 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대면 졸업식을 할 수 없어진 학교들이 메타버스에서 졸업식을 하기도 하고, 회의나 교육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는 기업들도 속속들이 보인다. 실리콘밸리vs.성수밸리 최초 비교연구 연재의 네 번째 이야기는 요즘 가장 핫한 기술 트렌드, 메타버스와 ‘사람스러운’ 디지털이 코로나바이러스와 합세하여 인사와 경영에게 던진 큰 도전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연구결과와 실리콘밸리 기업 사례에서 이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찾아보았다.
기업이 타야하는 큰 물결, 기술 트렌드: ‘사람스러운’ 언택트/ 디지털
불확실성과 격동의 시대에 기업과 인사가 성공하는 방법을 1) 인구, 사회, 기술, 경제라는 큰 흐름에서 살펴보고, 2) 실리콘밸리vs.성수밸리 비교연구에서 기업이 이 흐름을 탈 방법을 모색하는 네 번째 글, 이번 달은 기술 트렌드를 살펴본다.
연재 서두에서 기술 트렌드를 ‘사람스러운’ 언택트/디지털이라고 일컬은 바 있다. 이 중 디지털 부분은 사용하는 단어가 사람과 글에 따라 디지털, 언택트, 인공지능(A.I. 또는 Artificial Intelligence),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까지 매우 다양하지만 모두 연관된 개념이며, 심지어는 인사에서 요즘 주목받는 People Analytics까지도 디지털화라는 기술 트렌드가 인사에 발현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 트렌드는 경영의 최대 관심사이다.
그 중에도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디지털화로 사람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스러움이 중심에 서게 될 만큼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를 포함 하여 승승장구하는 ‘메타버스’ 주식들은 바로 이런 사람스러운 디지털/언택트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들이다.
또 한가지 이렇게 ‘사람스러운’ 디지털이라는 기술 트렌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은 Accenture의 2020년 AI에 대한 연구에서 나타난 감정 관련 데이터가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림에서도 보이듯이 감정 관련 데이터를 책임 있게, 그리고 자주 활용하는 기업들은 일반적인 기업들에 비해 수익은 63%, EBITDA(세전영업이익)은 무려 103%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스러운 언택트 기술의 시대, 기업의 고민은? 기술을 못 따라가는 스킬
이렇게 사람스러운 언택트/디지털이라는 기술 트렌드 흐름에 합류하는 것은 경영성과 향상에 직결되는 것으로 경영자 인사 리더들 모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기업은 이를 빠르게 도입하는 반면 어떤 기업들은 활용에 주저하는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사람스러운 언택트/디지털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겹쳐져 거의 전세계적 사회실험의 수준으로 퍼져나간 유연근무의 도입 및 확산 의사를 살펴보면 이런 의문은 더욱 커진다. 글로벌 기업들 중 75% 가량이 코로나 이후에도 도입된 유연근무를 더 확산할 의사를 보인 반면에 한국 기업들은 심지어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앞장서는 소셜 벤쳐들도 불과 25%만이 유연근무를 확산할 의사를 보였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루트임팩트의 지원으로 진행한 한국 사회적 기업의 유연근무 준비도 설문 결과에서 엿볼 수 있다. 12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에서 성공적으 로 유연근무를 쓰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 중에 인프라는 82점, 문화는 49점으로 그럭저럭 갖춰졌으나, 유연근무를 위한 스킬 측면 에서는 100점 만점에 평균 1점으로 절대적인 취약점으로 나타났다. 즉, 기술의 발전과 환경변화의 속도를 조직 내 스킬 개발 속도가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기업들이 비단 유연근무만이 아니라 ‘사람스러운 디지털/ 언택트’라는 기술 트렌드를 마음껏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스킬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스킬 중에서도 개인 구성원들의 스킬이 아니라 리더들의 유연근무 중 팀 관리 스킬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인사가 선도적으로 리더들의 언택트상의 리더십 스킬을 개발한다면 기업이 제대로 기술 트렌드에 합류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 (Metaverse), 지금 가장 핫한 기술 트렌드
사람을 개발하는 것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위한 스킬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려는 인사 리더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걸음이라도 미리 내다보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사람스러운 언택트/디지털이라는 기술 트렌드 중에서도 지금 가장 핫한 메타버스를 30년 전에 이미 예견한 책이 있다.
이는 뜻밖에도 경영서적이나 미래학자의 저서가 아닌 스노우크래쉬(Snow Crash)라는 제목의 공상과학소설이다. 1992년 출판된 이 소설은 메타버스를 예견했을 뿐 아니라 메타버스 – 가상/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 가상세계 - 라는 단어 자체를 만들어낸 원조이다.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들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도 확연하다. 구글의 공동창립자인 세르게이브린은 인터뷰에서 이 책이 미래를 예견했다고 언급한 바가 있으며, 구글 어스(Google Earth)의 이름도 이 책에 ‘Earth’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에서는 한 때 이 책이 경영진의 필독서였다고 하며, 아마존의 창업사장인 제프 베소스는 이 책의 작가인 닐 스티븐슨과 친분이 돈독하여 그와의 대화가 계기가 되어 2000년에 우주항공 기업인 블루오리진을 창업하고 스티븐슨은 이 회사의 첫 구성원으로 수년간 활동한 바 있다
이렇게 몇 십 년 앞의 기술을 예견하고 심지어 실리콘밸리에서 이를 구현하는 데에 일조하기도 한 책에서 메타버스 시대의 인사를 위한 실마리는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책을 펼쳤다. 우연찮게 이 책은 그 당시 필자의 애독서 중 하나이기도 했기에 오래간만에 책장에서 꺼내어 인사의 눈으로 다시 훑어보니 눈에 띄는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메타버스의 원조인 이 소설 안에서 메타버스라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매우 다르되 둘 다 비주류인 두 사람의 협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3월호 글에서 논한 ‘비주류가 주류가 될 때 다양성에 의한 혁신이 일어나는’ 사회적 트렌드와도 통하는 부분이다.
이 중 메타버스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메타버스를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20대 해커로 나온다. 특히 한국인 어머니와 군인이었던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20대 혼혈로 피자배달을 하며 1인 단칸방 생활을 이어가는 인물로 나오는데, 여담이지만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설정되어있었다는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최근 미국에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필두로 대두되고 있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와 Stop Asian Hate 운동과도 겹쳐지는데 이것까지 예측했다고는 볼 수는 없겠지만 흑인, 동양인, 혼혈, 빈곤층, 청년 등 소수자와 다양한 인재풀을 소외시킬 때 일어날 수 있는 인재풀의 소실을 논한다는 점에서 인사와 경영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편 메타버스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후아니타 마르케즈는 현재 미국의 인종 다양성 논의에서 흑인, 동양인과 더불어 이야기되는 히스패닉 계통의 여성이자 경력보유여성이다. 멕시코인 할머니와 대화 중에 영감을 받아 주류인 남성 해커들의 무시에도 굴하지 않고 메타버스에서 표정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메타버스가 성공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실질적인 메타버스의 창시자로 묘사된다. 요는 이 글의 주제이자 기술 트렌드인 ‘사람스러운’ 디지털의 원천기술은 경력보유 소수자 이혼 여성이 개발한 것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컴퓨터공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그레이스 호퍼 장군이나 2016년 영화 히든피겨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유명해진 Nasa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예측이라기보다는 제대로 쓰는 역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으려나.
요약하자면 30년 앞서 메타버스를 예견한 이 책에서 오늘 인사와 경영이 선도적으로 움직일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면 주목할 단어들은 경력보유여성, 청년, 비주류와 소수자 인재풀이 가진 가능성, 그리고 이를 포용했을 때 다양한 사람들 간의 협업에서 일어나는 혁신이다.
실리콘밸리 vs. 성수밸리 : 생산성 20% 올리기의 한 축, Network
이는 지난달 논의한 경력보유여성 중 한국 대표유형 ‘이중부담형’ 과 미국 대표유형 ‘네트워크 워라밸형’ 사이의 생산성과 재생산성 차이와도 상통한다. 같은 스펙의 한국여성이 실리콘밸리의 환경에 놓이는 경우 가계소득으로 나타나는 생산성과 자녀수로 나타나는 재생산성 양쪽 다 20%가량 높은 것에 착안하여 기업의 환경을 네트워크 워라밸형에 가깝게 바꾸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었다.
사람스러운 디지털/언택트 시대에 성공하는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사나 경영을 하는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큰 축 중 하나는 네트워크 자원이다. 그림에서도 보듯이 심층인터뷰와 Q-analysis 방법론으로 도출한 네트워크 워라밸형의 환경 특성 중 하나는 네트워크 자원이 풍족하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기업 환경에서는 몇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경력 관련 상의할 수 있는 멘토나 코치가 있다” “경력단절 기간에도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행복한 가정과 인정받는 일터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워킹맘 롤모델이 주변에 있다” “유연근무 제도가 있을 뿐더러,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상사/선배가 있다”
모름지기 메타버스와 사람스러운 언택트 시대에 기업의 성공을 견인하고자 하는 인사라면 경력보유여성 뿐 아니라 기존의 비주류 인재풀에 주목하고 (1) 멘토/코치 제도, (2) 기업 졸업생(Alumni)을 위한 네트워크 기회, (3) 워킹맘의 리더급 승진 기회/개발 제도, (4) 유연근무 제도를 지원하는 문화 그리고 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리더급의 유연근무 스킬 분야에 집중하여 투자할 것을 연구결과와 데이터에 기반하여 추천한다.
* 출처 : 월간 인재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