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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News] HR의 본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0-12 15:26
조회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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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례로 시작해보자. 직원 수 500여 명이 되는 기업에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세일즈, 디자인, 부동산, 재무, 법무, IT, 인사, 기획, 마케팅 등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는 교류할 일이 드물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증진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30분 정도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서로 그룹을 지어 티타임하며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해당 시간에는 서로 잡담을 나누기도 하고, 그동안 몰랐던 다른 부서의 업무에 대해 듣기도 했다. 티타임 주간 미팅은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그룹에 새로 전입 온 신입 HR 담당자가 추가 멤버로 합류했다. 항상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던 해당 그룹에서는 그때부터 대화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해당 신입 HR 담당자는 그룹 내 다른 직원들이 ‘인사담당자’라는 포지션 때문에 자신을 경계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직원과의 소통 경계를 허물기 위해 일부러 자신이 먼저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하였다. 차츰 시간이 지나 해당 HR 담당자에게 마음을 연 몇몇 직원들은 티타임 그룹미팅을 할 때 가끔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어려운 고충, 다른 직원과의 민감한 관계 등을 조금씩 솔직하게 터놓기 시작했다. 해당 HR 담당자는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그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신입 HR 담당자는 인사팀장의 호출로 불려갔다. 그리고 인사팀장은 다음과 같이 물었다. “HR 업무를 해보니 어떤가요? 매주 티타임 미팅 때 요즘 직원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던가요?” 순간 HR 담당자의 마음에는 갈등이 일었다. 직원들이 나눈 불평과 사연들을 그대로 공유하자니 왠지 자신을 믿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준 직원들을 배신하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조직 관리적 차원에서 직원들이 실제로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경영진이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서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해당 사례는 한 HR 담당자가 인사 업무로 첫 발걸음을 디뎠을 때 실제 겪었던 이야기다. HR 담당자는 조직 내 한 사람의 직원이긴 하지만 그 역할에 기반한 특수한 관계성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는 기업과 직원 사이의 중개인 역할을 해야 하며, 때로 경영진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직원들을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공정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해당 HR 담당자가 갈등을 느낀 이유는 자신의 답변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부메랑 효과처럼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해당 HR 담당자는 티타임 그룹 미팅에서 이야기 나눴던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민감한 관계 속에서, 그리고 때로는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HR 담당자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그 역할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기보다는 날카로운 비평과 불평 일색일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HR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날카로운 비판도 분명히 공존한다. 직원 입장에서 HR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글을 통해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


HR은 직원들의 친구인가? 아니면 적인가?

직원들에게 HR은 어떤 존재일까? 이 글을 읽는 독자가 HR 담당자이든 일반 직원이든 아니면 경영자이든, 다음 사항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리 회사의
• HR 담당자는 직원 중심적인 친근한 태도로 회사와 직원의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회사 편이다.
• HR 담당자는 직원들을 돕는 게 아니라 때때로 직원을 감시하고 곤경에 빠뜨리게 한다.
• HR 담당자가 “비밀을 지킬 테니 속 시원히 터놓고 말씀하셔도 돼요”라고 말하더라도 나는 솔직히 이야기하기가 조금 망설여진다.
• HR 담당자는 때로 무능해서, 직원들 간에 평판이 좋지 않고 심지어 부하 직원의 성과를 가로채는 상사가 승진해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
• HR 담당자는 HR에 대해서는 좀 알겠지만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잘 모른다.
• HR 담당자는 직원이 직면한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함께 해결해주려 하기보다는 회사의 정책을 통해 일괄적으로 처리하려 한다.
• HR 담당자는 상당히 정치적이며, 직원의 복지보다 자신의 일신과 성장에 더 관심이 많다.
• HR 담당자는 직원들이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표면 위에서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회사의 정책, 혜택, 변화 사항 등을 발표/공지하는 때에만 앞에 나선다.
• HR 담당자는 직원 개인의 커리어 성장이나 업무 환경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고 대신 회사 내 프로세스를 균일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둔다.
• HR 담당자는 스스로 긍정적인 조직문화 전파자라고 하지만, 정작 조직문화를 해치는 장본인이다.
• HR 담당자는 일반 직원과의 상호 작용과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혼자 일한다.
• HR 담당자는 직원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더 큰 대의를 위해 조직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용주와 기업의 평판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 HR 담당자는 직원 개개인을 존중받아야 할 사람(people)으로 여기지 않고 언제든 대체가능한 수단 및 자원(resource)로 여긴다.
• HR 담당자는 대부분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직원들과 소통한다.
• HR 담당자는 당연히 알 것 같은 HR 프로세스나 HR 정책, 법적 조치 등에 대해 잘 몰라서 이에 대한 설명이나 도움을 요청할 때 즉각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 HR 담당자는 회사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양측을 대변하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마땅히 스스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받는다.
• HR 담당자는 자신의 업무 관리 효율화를 위해 현장에 부담이 되는 과도하고 복잡한 문서 작업을 지나치게 자주 요구한다.
• HR 담당자는 회사와 직원 관련 정책에 대한 직원들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간단하게 답변하지 않고, 복잡하고 회피하는 느낌의 답변을 자주 한다.
• HR 담당자는 스스로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매우 편향되고 정치적이며 여러 직원을 대하는 관계에 있어서도 공정하지 않다.
• HR 담당자는 직원 개개인에 대한 배려보다 회사의 제도와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관점이 더 커서, 복장 규정을 어기거나 ID배지를 패용하고 있지 않는 경우 이를 매섭게 지적한다.
• HR 담당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데에 심각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 직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오는 그들의 행동은 일반 직원들로 하여금 오히려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게 한다.
• HR 담당자가 지나치게 규율을 강조할 때면 직원들이 사기가 저하된다.
• HR 담당자는 자신의 권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HR 프로세스를 간소화하여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기보다는 조직 정책적으로 견고한 HR 제도를 들이밀며 현업에 자주 간섭한다.

지금까지 나열한 항목들은 모두 HR에 대하여 직원들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각종 리서치에서 조사한 답변 중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것들을 그대로 수집한 것이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당신이 소속된 기업/조직에서는 HR이 어떤 평판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가?

끊이지 않는 HR에 대한 회의론 및 논쟁

꽤 오래전인 2005년, 비즈니스 매거진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에 실렸던 “왜 우리는 HR을 싫어하는가(Why we hate HR)”라는 아티클이 당시 HR 업계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다. 해당 글은 비즈니스에서 HR이 외면 받은 채, 비주류에 머무는 이유를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관점에서 논하였는데 이것이 당시 HR 관계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반추하게끔 한 것이다. 당시 패스트컴퍼니 매거진의 편집장이던 키스 해먼즈(Keith H. Hammonds)는 해당 아티클을 통해 HR에 대하여 다음의 4가지 측면을 통렬하게 비판하였다.

첫째, HR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역량이 부족하다.
둘째, HR은 여전히 가치창출이 아닌 효율성을 좇는 데 그치고 있다.
셋째, HR이 직원보다는 정책과 제도에 집중하고 있다.
넷째, 경영진이 HR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당시 이 글이 큰 파장과 논쟁을 일으킨 것은 해당 지적 사항에 대하여 공감한 HR 관계자들이 많기도 했지만, 동시에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름의 노력으로 직원들을 위해 헌신하며 일하던 수많은 HR 담당자들은 이에 대해 대놓고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5년 뒤, 2010년, 패스트컴퍼니 매거진의 창업자인 빌 테일러(Bill Taylor)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왜 우리는 HR을 싫어하면 안되는가(Why we shouldn’t hate HR)” 테일러는 지난 2005년에 매거진에 실렸던 글이 HR 업계에 많은 논쟁을 불러왔다는 회고를 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의 논쟁 요점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왜 HR을 중요시 생각하지 않고 터부시하느냐는 강한 반문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경영진을 비롯한 사람들이 재무나 마케팅, R&D와 같은 부서는 하나같이 가치 있게 대하면서 왜 상대적으로 HR은 괄시하고 덜 관심을 갖는지 비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픽사(Pixar) 등과 같은 기업 사례를 통해 사람 그리고 HR을 통한 조직의 변화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일으켰는지를 증명한다. HR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과 HR에 대해 냉소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주장 간의 논쟁은 2015년에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HRM 학과 교수인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가 HBR에 기고한 또 다른 글을 통해 다시금 불붙는다. 카펠리 교수는 특히 대다수의 HR 전문가들이 조직 내에서 관리(Administration) 영역에 집중한 나머지, 비전을 제시하거나 전략적 통찰력으로 조직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부족하다고 비평한다. 그는 “HR이 정작 우리(직원들, employee)에게 무엇을 해주나요?”라고 시니컬하게 질문하면서 동시에 이것이 HR 입장에서는 격변과 개선의 여지가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HR의 본질을 찾아서 - (1) 경제 상황에 따른 역사적 배경

HR은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가? HR의 본질을 찾아가기 위한 하나의 접근방법으로써, 외부 경제 환경에 따른 HR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관점에서 HR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관점을 일깨워 준다. HR(Human Resource, 인적자원)이라는 용어는 경영 전문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1954)가 쓴 책,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드러커는 HR에 있어서 (1) 비즈니스 관리, (2) 다른 관리자 관리, (3) 작업자 및 작업 관리라는 세 가지의 서로 다른 관리 기능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관리 기능이 HR의 중심이었던 시기는 노동력이 풍요로웠던, 즉 경제 대공황 그리고 2008년 경제 위기 때이다. 이 시기에는 관리적 측면 외에 HR의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당시 기업들은 구직자가 넘쳐났기 때문에 낮은 임금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데에 주목했다. 직원이 말 그대로 대체 가능한 자원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HR은 그저 이러한 인력을 채우고 또 해고하는, 그리고 인력이라는 자원(Resource)을 원활히 관리하기 위해 HR 관련 규정을 제도화하고 유지하는 것에 그 역할을 집중했다. 그리고 직원들 입장에서도 실업에 대한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HR에 대한 불평을 할 여지도 없이 묵묵히 참고 일해야 했던 시기였다.

반면 노동력이 풍요롭지 않았던 시기에는 반대 입장이었다. 경제가 호황을 누려서 비즈니스의 성장 폭이 너무 큰 나머지 인력 공급 속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직원을 영입하거나 유지하는 것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일할 사람이 부족하던 당시에는, 리더십의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 HR의 많은 기능이 새롭게 개발되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360도 피드백(360-degree feedback), 평가센터(Assessment centre), 코칭(Coaching), 인력개발(Employee development), 직무순환(Job rotation), 핵심인재관리(High-potential employee track), 승계계획(Succession plan)등은 모두 이때 HR에 혁신적으로 등장한 개념이며 새롭게 제안된 시스템이었다. 이 시기의 HR은 내부 인력의 계획과 실행을 모두 좌지우지하는 파워 다이내믹의 정점에 있었다.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이러한 상황은 또다시 바뀌었다. 기술의 발달과 잦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더 많은 외부 인력의 유입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것은 결과론적으로 핵심인재(talent)의 고용 및 유지에 치중한 HR의 전략적 편중을 가져왔다. 또한 HR이 전통적으로 수행했던 채용, 개발, 보상 등의 기능들이 기술에 의해 대체되거나 라인 관리자에 의해 주도권을 상실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주도권을 상실한 일부 HR 관리자들은 업무를 제안하기보다는 상사로부터, 혹은 경영진으로부터 제시되는 업무를 기다리는 피동적인 역할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기술의 발달은 일부 HR 기능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또한 아웃소싱이 가능한 비즈니스 형태가 생겨나면서 HR의 고유한 역할과 존재 의미는 오히려 모호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HR 부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데, 지난 호에 언급했던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와 같은 사례처럼 독립적인 HR 부서 없이도 거대 규모의 기업에서 HR 관련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고 있다.

HR의 본질을 찾아서 - (2) 원천(Origin) 그리고 동기(Motivation)

대부분의 HR 실무자들이 그러하겠지만, 무엇을(What) 어떻게 (How)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많지만, 왜(Why)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바쁜 실무에 쫓겨) 생각해 볼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HR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HR의 원천(origin)과 동기(motivation)는 무엇일까? 비즈니스의 가치사슬을 역으로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비즈니스의 존재 이유 혹은 궁극적인 목표를 수익 창출(Profit)이라 생각한다.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이를 더욱 본질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비즈니스를 통해 가치(Value)를 창출하 는 것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으로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하게 되면, 이를 통해 금전적 수익이 다양한 형태로(ex. 외부 기관의 투자, 고객의 증가, 서비스의 양적/질적 확대 등)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림 1] 의 오른편에 표현된 것과 같다. 결국 가치를 창출하면 그로부터 수익이 발생한다. 그럼 그 앞 단계는 어떨까?

비즈니스에서 가치는 결국 고객(Customer)으로부터 발생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로 이뤄진 재화를 고객이 활용할 때 비로소 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고객을 증가/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사람(people) 기반의 가치사슬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쉽게 ‘직원(Employee)’을 떠올릴 수 있다. 판매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의 태도, 자세, 역량, 지식 등은 어느 하나의 요소 때문이 아닌 통합적으로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현장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 역시 직접적으로 고객을 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고객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직원들은 어떤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을까? 조직 내에 많은 요인이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직원(employee)’을 주요 대상으로 여기고 이를 위해 모든 역량과 자원을 서비스하는 부서는 HR이다. 그럼 이 HR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사슬 요인은 무엇일까? [그림 1]의 가장 좌측에 표현된 “?(물음표)”에는 무엇이 들어갈 수 있을까? 학계에서도 HR의 역할과 모델, 유형 등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관심도 많지만, 그 이전 단계인, HR에 영향을 미치는 동기요인에 대해 연구된 바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스스로 HR을 자신의 커리어로 선택한 사람들의 배경을 조사한 각종 리서치를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좀 더 구체화되어 나뉘어 진다.


[그림 1] People-based Business Value Chain (사람 기반의 비즈니스 가치사슬)
(1)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
(2) 사람들 삶의 ‘변화’에 대한 관심
(3) 사람들이 집단화되는 과정인 ‘조직화’에 대한 관심
(4) 사람 간에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조직 ‘문화’에 대한 관심

HR의 모든 프로세스는 직원 개개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채용부터 배치, 보상, 승진 등 HR을 통해 발생한 모든 의사결정은 직원 개개인에 대한 변화를 수반한다. 이 가운데 해당 직원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은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사람이 교육/훈련을 통해 바뀌고 변화 가능한 존재라고 믿는다. 혹여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직원이 변화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하는 것이 HRD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과 기업의 성장에 따라 구체화되는 조직화 및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HR의 원천과 동기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직원 중심적인 HR 담당자는 매우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HR의 주요 고객에 해당하는 “회사(경영진)”와 “직원”이 고용주/피고용인의 계약 관계로써 상이한 지위에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HR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하여

HR의 본질은 과거에도, 지금도, 언제나 사람(직원, employee)를 향 해 있는데 왜 직원들은 HR에 대해 부정적일까? 다음의 두 가지는 이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첫째,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을 기억하자.
최근 HR에서 떠오르는 개념인 ‘직원경험’은 직원이 회사에 입사하여 일 하다가 이직 혹은 퇴사 등으로 회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직간접적으로 배우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직원경험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고객에 대한 중요성이 직원에 대한 중요성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중심적 비즈니스에서 고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모든 것이 비즈니스에 얼마나 중요한지가 부각되던 관점이 직원이라는 대상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직원경험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직원(Employee)을 자원(Resource)이 아닌, 만족시켜야 하는 고객(Customer)으로 간주하는 것이므로, 기존 HR이 가지고 있던 관점 및 인식 전환의 키(Key)가 될 수 있다.

둘째, 기술(Technology)과 외부 파트너를 활용하여 공정성을 회복하자.
기회와 가치의 평등에서 확장된 개념인 공정성은 최근 HR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고, 또한 MZ세대가 매우 민감하게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정성은 사실 훨씬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왔다. 다만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을 뿐이다. 채용에서의 공정성, 성과 평가의 공정성, 보상의 공정성 등 HR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 밑바탕에는 HR을 통한 의사결정이 공정하냐 아니냐 여부가 자리하고 있다. 직원들이 분개하는 것은 승진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에, 혹은 동료보다 보너스를 덜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아야 하는데,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기술의 활용은 이러한 공정성 이슈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제3기관의 활용, 예를 들어 직원에 대한 민감한 조사를 수행하는 경우, HR이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 기관을 통하면 직원 입장에서의 거부감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공정한 프로세스를 추구할 수 있다.

마치며

HR 담당자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한 글이 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반(半, half)직원 입니다. HR 담당자는 부동산 중개인과 비슷합니다. 겉으로는 양쪽 모두를 위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보수를 지급받는 쪽(사측)에 서 있습니다.”

어쩌면 HR 담당자가 직원들로부터 그리고 때로는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HR의 본질적인 역할에 기인한 숙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과 구조가 합리적인 핑계일 수는 없다. HR이 기존의 관리 영역을 벗어나 전략, 그리고 비즈니스 가치 창출의 역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직원을 자원으로 여기는 관점을 탈피하고, 그들과 공존하고, 같이 성장하고, 함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당신이 속한 조직에서 HR은 직원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현시점에 직원들이 바라보는 HR이 어떠한지를 고찰하는 것은 이러한 거듭남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 출처 : 월간 인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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